본문 바로가기

왕목사 칼럼

"거룩한 산 제물"로 자기 자신을 불타고 있는 제단에 올린 바울_로마서 12장, 사도행전 20장

공교롭게도 오늘 새벽기도회에서 로마서 12장 1-2절로 설교했다. 로마서 12장으로만 벌써 세 번째 새벽기도회 설교다. 다른 예배들까지 합치면 여섯 번째다. 그럼에도 이 본문은 여전히 나를 도전한다.
"그러므로 형제들아 내가 하나님의 모든 자비하심으로 너희를 권하노니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라 이는 너희가 드릴 영적 예배니라"
설교를 준비하고 전하면서도, 이 말씀이 단지 영적 수사나 아름다운 표현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 그런데 오늘 저녁, 사도행전 20장을 묵상하다가 소름이 돋았다.

로마서를 쓴 지 얼마 안 된 바울

바울은 고린도에 머문다. 거기서 로마서를 쓴다.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라." 그리고 지금, 그는 고린도를 떠나 예루살렘으로 간다. 드로아를 거쳐, 밀레도에 도착한다.
시간적으로 보면 로마서를 쓴 지 몇 주, 길어야 몇 달이다. 편지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이다. 바울은 이제 자신이 쓴 그 말씀을 실천할 순간 앞에 서 있다.

사흘간의 고독한 여정

드로아에서 앗소까지, 바울은 혼자 걷는다. 동행들은 배를 타고 간다. 바울만 사흘간 홀로 걷는다.
그는 무엇을 생각하며 걸었을까? 성령께서 각 성에서 경고하신 말씀들. "감옥과 환난이 너를 기다린다." 그 말씀이 그의 마음을 짓누른다.
고독 속에서 기도한다. 깊게, 절박하게. 그리고 마침내 결단한다.
"내 몸을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리라."

클리셰가 아니었다

오늘 아침 설교에서 나는 '산 제물'의 의미를 설명했다. 제물은 원래 죽여서 드리는 건데, 어떻게 살아있는 제물이 가능한가? 육체는 살아 숨쉬지만, 자아는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상태를 말한다고.
그리고 희생제가 결코 아름다운 꽃길이 아니라고 말했다. 피냄새가 진동하고, 고통의 비명이 가득하고, 칼날이 살을 찢는 죽음의 제사라고. 자아를 죽이는 과정은 두렵고, 고통스럽고, 회피하고 싶은 거라고.

 

[행20:24] 내가 달려갈 길과 주 예수께 받은 사명 곧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을 증언하는 일을 마치려 함에는 나의 생명조차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노라
 
그런데 지금 깨달았다.
바울이 밀레도에서 "내 목숨을 아깝게 생각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할 때, 그게 영적 수사가 아니었다는 거다. 클리셰가 아니었다는 거다. 그는 진짜로 죽기로 작정한 거였다.
그의 몸은 아직 숨쉰다. 하지만 그의 자아는 이미 제단 위에 올려져 있다. 피가 낭자하고, 살 타는 냄새가 나는 그 죽음의 제단 위에.

말과 삶이 일치한다

로마서를 쓸 때 바울은 안다. 자신이 쓰는 이 말씀을, 자신이 곧 실천해야 한다는 걸. 그래서 그는 고독한 사흘의 여정 동안 자신과 씨름한다.
"정말로 내 몸을 산 제물로 드릴 것인가?" "정말로 내 목숨을 아끼지 않을 것인가?" "정말로 죽음이 기다리는 예루살렘으로 갈 것인가?"
그리고 그는 답한다. "그렇다."
밀레도에서 에베소 장로들에게 남기는 그의 말은 영적 유언이다. 그는 자신이 쓴 편지의 내용을, 자신의 삶으로 증명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살아낸다.

우리는 어떤가

오늘 아침 설교를 마무리하며 나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해야 할 건 결단과 은혜를 간구하는 거다. 순종하기 싫고, 두렵고, 회피하고 싶지만 순종하겠다고 결단하고, 하나님께 은혜를 간구하는 거다."
그런데 지금, 바울의 모습을 보며 더 날카로운 질문이 내게 꽂힌다.
우리는 어떤 믿음을 가지고 있는가? 우리는 어떤 말을 하는가? 우리는 어떤 삶을 사는가?
우리가 말하는 신앙고백과 우리의 실제 삶이 일치하는가?
"주님, 제 삶을 드립니다"라고 말할 때, 우리는 정말로 우리 자아를 제단 위에 올려놓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진짜 산 제물의 삶

바울은 로마서를 쓴 지 얼마 안 돼서 자신의 말을 실천한다. 그에게 "거룩한 산 제물"은 추상적 개념이 아니다. 죽음을 각오한 구체적 실천이다.
그의 몸은 여전히 숨쉰다. 하지만 그의 자아는 이미 죽어있다. 십자가에 못 박혀, 제단 위에 올려진 채로.
그리고 그 '살아있는 제물'의 삶을 통해 복음은 예루살렘에서, 로마로, 그리고 온 세상으로 퍼져나간다.

오늘 말씀 앞에서서 나는 나 자신에게 묻는다.
나는 내가 믿는다고 말하는 것들을 정말로 살아내고 있나? 나의 신앙고백은 클리셰인가, 아니면 삶으로 증명되는 진실인가? 나는 나의 자아를 제단 위에 올려놓았는가?
나는 나의 믿음을, 나의 설교를 살아낼 용기가 있는가?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