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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목사 칼럼

20260418 켜켜이 쌓이는 신뢰_시편 27편 4-6절

켜켜이 쌓이는 신뢰

오토 빌레이어 앞에서

락클라이밍을 해본 사람은 안다. 벽 꼭대기에 매달려 있는 그 장비, 오토 빌레이어. 내 하네스를 거기에 걸면, 올라갈 때는 줄이 부드럽게 딸려 올라간다. 그러다 손을 놓으면? 그 장비가 나를 붙잡아 천천히, 아주 천천히 바닥까지 내려놓는다.
이론은 간단하다. 그런데 막상 그 위에 올라가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다른 사람들이 꼭대기에서 손을 놓고 안전하게 내려오는 걸 수없이 봤어도, 내 차례가 되면 다르다. 손이 덜덜 떨린다. 저 위에 달려 있는 저 작은 장비 하나를 믿고 이 손을 놓아야 한다는 게, 머리로는 알겠는데 몸이 움직이질 않는다.
내가 했던 방법은 이랬다. 일단 떨어져도 크게 다치지 않을 법한 낮은 높이에서 손을 놓아봤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렇게 하다 보니 장비에 대한 신뢰가 조금씩 쌓였다. 그럼 이제 꼭대기에서 손을 놓을 수 있을까? 내 경험상, 아니었다. 또 올라가서 손을 놓아보려니 또 덜덜 떨렸다. 그래도 꾹 참고 놓았더니, 그때도 장비는 나를 견고하게 잡아줬다. 그렇게 꼭대기에서 내려오는 경험이 한 번, 두 번 쌓이고 나서야 비로소 이 장비에 대한 신뢰가 몸에 새겨졌다.

한 가지 소원

시편 27편의 다윗은 이렇게 고백한다.
내가 여호와께 간절히 구하는 오직 한 가지는 이것입니다. 내 평생에 늘 여호와의 집에 살면서 여호와의 아름다우심을 보고 성전에서 주님을 뵙는 것입니다. (시 27:4, 쉬운성경)
평생에 구할 단 한 가지. 그것이 '하나님 앞에 살아가는 것'이라 말한다. 다윗이 처음부터 이런 고백을 할 수 있었을 리 없다. 그는 이 고백을 하기까지 수많은 경험을 지나왔다. 어려운 일을 당할 때 주님의 날개 아래 숨겨진 경험. 성막 안에 안전하게 감추어진 경험. 높은 산 위에 안전하게 세워진 경험.
하나님을 경험한 사람이 하나님을 더 원하게 된다. 한 번 경험하고, 두 번 경험하고, 그 경험이 켜켜이 쌓여서 어느 날 '내 평생 구할 한 가지는 당신입니다'라는 고백이 터져 나온다.
신뢰는 그렇게 쌓인다. 오토 빌레이어와 다르지 않다.

내가 붙들고 있던 것들

나는 어떤가. 나는 하나님과 깊은 교제 속에 살아가고 있는가. 내가 지금까지 경험한 바에 의하면, 하나님은 신뢰할 만한 분인가.
물론이다. 그는 나를 오늘까지 살리신 분이다. 죽을 수밖에 없었던 나를 살리셨고, 먹이셨고, 입히셨고, 가르치셨다. 결혼도 하게 하셨고, 목사도 되게 하셨다. 오늘도 부족함 없이, 넘치지도 않게, 사랑하며 살아가게 하신다. 그분은 나의 피난처요, 피할 산성이시다. 내가 얼마든지 믿고 뛰어내릴 수 있는 견고한 빌레이어다.
그런데 왜 나는 여전히 손에 힘을 주고 있을까. 무엇을 그렇게 꼭 쥐고 놓지 못하고 있을까.
비자 문제. 박사학위를 할 것인가 하는 문제. 앞으로의 비전. 앞날이 불확실한 여러 결정들 앞에서 나는 자꾸 손에 힘이 들어간다. 내가 붙들고 있어야 떨어지지 않을 것 같아서.
그런데 생각해보면, 내가 꼭 붙들고 있는 한 하나님이 나를 붙잡아 주실 공간이 없다. 오토 빌레이어에 몸을 맡기려면 벽을 쥔 손을 놓아야 한다. 내가 안 놓으면, 장비가 나를 받아줄 일도 없다. 내 힘으로 버티고 있는 동안은 하나님이 나를 받쳐주시는 것을 경험할 수 없다.

결국, 손을 놓는 일

쫄지 말자. 너무 걱정하지도 말자. 손을 놓아야 한다고 할 땐 놓자. 분명히 주님께서 우리를 붙잡아 주실 것이다. 내가 내 것을 지키기 위해서 꼭 붙들고 있던 것을 과감히 놓아도 된다. 그래야 하나님이 나를 붙잡아주신다.
내가 그것을 꼭 붙들고 있으려니 얼마나 힘들었나. 이제 놓는다. 하나님이 나를 안전하게 받쳐주실 것이다.
주님, 제가 붙들려는 여러 가지들이 있었습니다. 비자 문제도, 박사학위를 하는 문제도. 앞으로의 비전도. 모든 것들을 주님께 맡깁니다. 주님의 손에 들립니다. 내가 붙잡고 있던 것들을 놓겠습니다. 주께서 일하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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